별을 덮고 바람을 베고 잔다…깊은 숲속 작은집 캠핑카

입력 2022-07-07 17:09   수정 2022-07-08 02:03


“장난하는 게 아니야, 진짜 차를 만들자. 완벽한 자유의 꿈을 이루는 거지. 간섭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에서 열여섯 괴짜 모험가인 테오는 동갑내기 친구 다니엘에게 특별한 여행을 제안한다. 고철을 주워 모은 돈으로 산 낡은 모터, 널빤지를 엉기성기 이어 붙인 차체, 새우잠을 겨우 잘 만한 간이침대. 손때 묻은 물건들이 모여 그들만의 ‘집’으로 재탄생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 어설픈 청춘을 닮은 캠핑카는 그렇게 고향을 등지고 출발한다.

누군가는 캠핑을 ‘현재를 위해 과거와 미래를 잊는 행위’라고 했다. 있는 힘껏 숨 쉬고, 나를 둘러싼 자연을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맑은 날엔 햇살을 쬐다 달빛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고, 때론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자잘한 노동과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우리가 캠핑을 떠나는 것은 이런 특별한 경험 덕일 테다.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이어 나가는 단순한 행위들은 그 어떤 휴식보다 확실한 자유를 선사하곤 한다.

조금 더 완벽한 자유를 원한다면 캠핑카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무거운 짐, ‘수강 신청’이 돼버린 사이트 예약, 기상 조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면 캠핑카는 멋진 대안이다. 그저 달리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정박’하는 게 캠핑카의 일이다. 중노동은 필요 없다. 주방과 침대, 화장실 등을 완벽히 갖춘 ‘캠퍼밴’, 차량 뒤에 고리를 걸어 연결해 다니는 이동형 ‘캐러밴’, 어디서든 뚜껑을 열면 팝업 텐트가 펼쳐지는 ‘트레일러’까지 여행 스타일과 예산에 따라 선택지도 다양하다.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옅어지면서 해외 캠핑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캠핑카 여행의 성지’로 꼽히는 뉴질랜드도 입국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지난주 완전히 면제했다.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 푸른 숲의 청정 자연은 캠핑카로 여행했을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캠퍼 친화적인 각 지역의 캠핑사이트,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잘 닦인 도로는 전 세계 캠퍼들의 발걸음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소다.

《캠핑이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영국 소설가 매슈 드 어베이투어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캠핑하는 법은, 자연이 주는 어려움을 되도록 줄이면서 자연이라는 타자를 최대한 향유하는 것”이라고. 노동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낭만을 그대로 품고 있는 캠핑카 여행은 어쩌면 그에 가장 부합하는 답안지가 아닐까. 열여섯 소년의 영화 속 대사처럼 ‘완벽한 자유의 꿈’을 향한 지름길로 이번 주말 달려보는 건 어떨까.

정소람/박종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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